1. 개관
프레이리는 전통적인 학교가 비인간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비인간화’는 사람과 사람 간,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비인간화는 억압자와 비억압자의 관계가 역전된다고 해소되지 않는다. 여전히 인간 간의 억압적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인간화’는 억압적 상황이 해소될 때 성취될 수 있다. 억압적 관계를 해소하는 일은 억압받는 자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어야 하며, 의식을 바꾸는 일, 즉, ‘의식화’ 교육, ‘인간화’ 교육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 침묵의 문화란 피억압자들이 억압자들에 의해 주어진 현실에 지배당하여 억압자들의 가치관, 문화, 행동양식을 내면화한 결과, 억압자들처럼 걷고 말하며 생활하는 상태를 말한다. 문화적 종속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침묵의 문화는 교육에서 은행 저금식 교육의 형태로 나타난다. 억압받는 자들은 자기들을 억압하는 자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는데, 이를 피억압자들의 ‘실존적 이중성’이라고 칭한다. 실존적 이중성을 가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숙명론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자기들이 처한 상황을 억압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숙명론적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억압의 산물로서 사회적·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둘째, 피억압자는 사회전체의 질서가 억압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형태로 전개되어도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깨닫지 못하며, 오히려 그들의 생활을 동경하거나 추종하기도 한다. 피억압자들과 연대하기보다 오히려 억압자의 편에 서서 피억압자들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적대시하기도 한다. 셋째, 피억압자들은 억압자들이 만들어낸 피억압자들에 대한 부당한 이미지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자신들의 힘으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없으며, 억압자들에 대해 저항할 자신감도 크게 부족하다.
2. 학교교육의 방향
1) 은행 저금식 교육
억압적 종속 사회의 교육은 사회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교육에서도 수직적 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수직적 관계는 교사와 학생 간의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말하며, 이러한 교육을 프레이리는 은행 저금식 교육이라고 부른다. 은행 저금식 교육은 학생이라는 텅 빈 저금통장에 교사가 지식이라는 돈을 저축하는 식의 교육을 말한다. 교사가 특정 지식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면 학생들은 그것을 암기하고 반복하며 저장한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수직적이며, 인간을 주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 단지 적응하는 객체적 존재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형태의 교육으로는 행방을 위한 변혁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은행 저금식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프레이리는 문제 제기식 교육을 제안한다.
2) 문제 제기식 교육
문제 제기식 교육이란 비인간화와 억압적 상황을 변혁하는 교육방식으로, 현실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교육을 말한다. 은행 저금식 교육의 목적이 억압적 현실을 지속시키는 데 있다면, 문제 제기식 교육의 목적은 억압적 상황을 변혁하는 데 있다. 억압적 상황을 ‘억압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억압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 저금식 교육에서 ‘지식’은 단편적인 정보들의 집합을 가리킨다면, 문제 제기식 교육에서 지식은 행위의 주체와 그 주변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탐구해 가는 과정 자체를 가리킨다. 교육내용은 학생들로부터 제기되는 문제들이며, 저장되어야 할 내용이 아니라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서 다시 학생들에게 되돌려지는 것들이다. 은행 저금식 교육이 단편적인 정보들을 전달하고 주입하는 일이라면, 문제 제기식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공동의 탐구자로서 대화를 통해 지식을 재현하고 재창조한다.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 함께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강조하며, 현상 이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파헤쳐 밝혀낸다. 이런 점에서 교사와 학생의 전통적 관계는 해체되며, 교사는 교사대로 가르치는 일을 통해서 학생은 학생대로 배우는 일을 통해서 각각 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이 프레이리는 문제 제기식 교육을 통해 인간이 의식화되면 의식을 실천하는 존재로 변한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