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우리의 사고는 두 가지 시스템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사고는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사고를 하는 시스템 1과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려고 하는 시스템 2가 역동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시스템 2는 주로 인지적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시스템 2가 바쁘면, 즉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면 시스템 1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시스템 1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까다로운 인지 작업을 하라고 요구받는 사람들이 유혹에 직면했을 때,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험공부를 할 때, 특히 벼락치기를 할 때, 과도한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2는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게 되고 본능적이고 자동적인 사고를 하는 시스템 1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서 우리는 ‘단 것’을 찾는 것이다.
2. 초콜릿 실험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1~2분 동안 7자리 숫자를 기억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피험자들은 초콜릿케이크와 과일샐러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먹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때 대부분 피험자는 초콜릿케이크를 선택한다. 합리적으로는 초콜릿케이크가 과일샐러드보다 건강에 좋지 않지만, 피험자들이 7자리 숫자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동안 그들의 인지적 시스템인 시스템 2가 과부하에 걸려서 시스템 1일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단 것’을 선호하는 시스템 1은 초콜릿케이크를 선택하도록 한다. 머릿속이 온통 숫자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인지적 과부하에 걸린 피험자들은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우리가 벼락치기를 할 때 우리의 뇌는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고 본능적이고 자동적인 사고를 하는 시스템 1가 ‘건강하고 맛없는 것’과 ‘단것’ 사이에서 ‘단 것’을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3. 자아 고갈(ego depletion)
위의 초콜릿 실험이 주는 통찰과 비슷한 개념으로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자아 고갈(ego depletion)’은 우리가 억지로 어떤 일을 하려고 자제력을 발휘해서 노력한 후에, 그 후에 주어지는 다음 과제에 대해서는 자제력을 발휘하려고 하지 않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우 슬픈 영화를 보고도 ‘울어서는 안 된다’라는 지시를 받은 피험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해야 했고, 그 후에 ‘악력계’를 얼마나 오랫동안 꽉 쥐고 있느냐를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오랫동안 ‘악력계’를 쥐지 않고 금방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영화 보기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울지 않으려고 감정적인 노력을 써버렸기 때문에 두 번째 ‘악력계 측정 실험’에서는 지속해서 근육 수축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자아 고갈(ego depletion)’ 현상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자아 고갈(ego depletion)’ 현상은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가 과도한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참을 때, 어려운 수학 문제나 까다로운 인지적 과제를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