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관
부르디외(P. Bourdieu)는 현대사회에서 지배구조 혹은 계급구조가 어떻게 유지되고 재생산되는지, 피지배계급 혹은 노동계급이 어떻게 그들의 지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문화에 관한 분석을 중심으로 제기한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며 부르디외는 객관적인 계급구조와 행위자들의 취향 사이의 밀접한 관련을 발견해 낸다. 이 부분에서 부르디외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구조와 행위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보다는 그 사이를 매개하는 구조로서 ‘아비투스(habitus)’라는 새로운 개념을 끌어들여 기존의 이론들이 극복하지 못했던 구조와 행위의 딜레마를 넘어서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부르디외는 문화가 계급과 지위의 차이들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2. 문화자본의 종류
1) 아비투스적 문화자본
아비투스(habitus)란 개인의 문화적 취향, 개인의 구조화된 성향 체계를 의미한다. 개인에게 내면화되고 체화된 문화적 취향으로서,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획득된 성향, 사고, 인지, 판단과 행위 도식을 의미한다. 이런 취향은 타고난 천성이나 기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 지위, 교육환경, 계급 위상에 따라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취향이므로, 자신이 속한 계급적 취향과 사회의 계급구조를 반영한다. 결국 아비투스는 개인 안에 내면화된 사회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문화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화적 취향은 사실 자신이 속한 계급의 문화적 취향일 뿐이다. 이를 부르디외식으로 말하자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아비투스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계급이 높은 사람들의 문화를 고급문화로, 그렇지 못한 문화를 무조건 저급 문화로 분류하는 이분법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이 부르디외의 주장이다. 학교문화 구성과 학생선발에서 능력 분류의 준거가 되는 문화자본이 있다. 특정 계급의 의미체계를 다른 계급에 강제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상징적 폭력’이다. 학교 교육은 상징적 폭력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재생산한다.
2) 제도화된 문화자본
제도화된 문화자본은 시험성적, 졸업장, 자격증, 학위증서 등 교육제도를 통해 공식적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자본을 말한다.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교육 결과에 대한 사회적 희소가치 분배의 기준이 되는 문화자본이다.
3) 객관화된 문화자본
객관화된 문화자본은 고서, 예술품, 골동품 등 법적 소유권 형태로 존재하는 문화자본이다. 교육내용 구성의 원천이 되는 상징재 형식의 문화자본이 객관화된 문화자본에 해당한다.
3. 문화적 재생산의 경로
부르디외는 학교를 통해 일어나는 재생산을 ‘제도화된 문화자본’과 ‘상징적 폭력-아비투스’의 2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학교는 문화적 재생산 역할을 통해 지배계급의 문화자본을 교육과정에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계급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1) 아비투스-상징적 폭력을 통한 재생산
지배계급의 문화적 취향을 정규 교육과정에 담아 모든 학생에게 주입하면 지배계급의 문화가 보편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인식체계가 형성되어 지배계급에 유리한 기존 질서가 정당화되고 재생산된다. 학교는 계급 중립적인 문화를 다루는 곳이라는 상대적 자율성으로 인해 계급 편향적인 문화는 별 저항 없이 모든 학생에게 전수되며, 이는 그 문화를 소유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상징적 폭력이 된다. 상징적 폭력 이란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징적 힘의 행사이며, 이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질서는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2) 제도화된 문화자본을 통한 재생산
학교가 지배계급의 문화를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로 인정하고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지배계급의 자녀들은 학업성취와 학교 활동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지배계급의 자녀들은 높은 학력과 학업성취를 통해 자연스럽게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한다. 결국, 학교는 시험성적과 졸업장을 통해 선발이 개인의 능력에 근거한 것처럼 위장하여 지배계급의 권력과 특권이 무리 없이 다음 세대에 전수되도록 정당화한다.